단단함에 정성을 새겨 온기를 담는 소성선 작가
Q1. 자기소개
A. 저는 이제 막 중급 목수에 접어든, 목수 소성선이라고 합니다. 목공을 시작한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Q2. 목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
A. 두 가지 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나’의 재발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깎거나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처음 깎은 나무 조각이 제법 괜찮은 거예요. 그때 스스로 좀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또 하나의 계기는 가족을 위해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사업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거든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건강하지 못할 때는 가족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해야 그걸 옆에서 보는 가족들도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나와 내 주변 모두가 마음 편할 수 있고, 몸도 안 다치는 일을 찾다보니 목공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3, 영감의 원천
A.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에서 얻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또 일반인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주문제작 상품도 주문을 받는데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이나 주문제작 상품을 제작하기 전에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항상 상담을 통해 주문자들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제가 몰랐던 것들을 얻게 되는 것도 있고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영감들을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Q4. 우드카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
A. 먼저 우드카빙이라는 게 말 그대로 조각이라는 말인데요. 지금은 아내한테 옻칠공예를 위임했지만 예전에는 제가 옻칠 공예도 했었는데 목심칠기(나무에 옻칠하는 것)를 하다보면 대부분이 평면 작업입니다. 그래서 차별화나 좀 더 재미있게 작업을 하고 싶어서 우드카빙을 한 후에 옻칠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우드카빙 작업을 통해 그레인이나 무늬를 새겨서 작품의 범위를 넓히게 됐습니다.
Q5. 엔드그레인 기법이란?
A. 정확히 표현하자면 ‘엔드 그레인 콜렉션 기법’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목공예에선 목재를 나뭇결이 노출되게 세로로 자른 종단면을 주로 쓰는데요. 이 ‘엔드 그레인 콜렉션 기법’은 목재를 나무의 무늬 결 방향과 직교되게 가로로 자른 횡단면을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보통 도마에 주로 쓰이는 기법인데요.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할 때 날카로운 칼날이 나뭇결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뒤 빠질 때 다시 원상태로 복귀가 됩니다. 칼자국이 잘 안 남기 때문에 표면이 새것처럼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엔드 그레인 코스터’처럼 나무의 결들을 접합해서 다양한 무늬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이 기법의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나무와 나무를 접합할 때 나무마다 수축 및 팽창의 방향과 양이 다 달라서 탈착이 될 위험이 많은데요. ‘엔드 그레인 콜렉터 기법’을 활용하게 되면 결 방향이 위로 올라가 있어서 접합을 하더라도 변형이 적어요. 그래서 이렇게 조각보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6.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A. 한 마디로 ‘균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예품이 순수 예술품과 구분되는 가장 명확한 차이는 필요와 쓰임이거든요. 아무리 예쁘게 잘 만들었다고 해도 쓰임이 없으면 그건 공예품이 아니라 순수 예술품입니다. 멋과 실용성이 골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저도 인간이라 한 쪽으로 치우칠 때도 있습니다. 공예품인데 멋만 추구하다 보면 작가의 고집만 담긴 작품이 될 수도 있고, 그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겠죠. 그래서 항상 ‘균형’을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Q7.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
A.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집을 짓고 싶어요. 오래 목수 생활을 했거나 가구를 만드는 분들도 경력이 쌓이면 못 하는 게 없어집니다, 구조적인 부분은 다 비슷하거든요. 집도 지을 수 있다고 해요. (집 짓는 전문 목수와)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리고 공예품을 만드는 것에 비해 집 짓거나 실내 내장 작업은 정교함 같은 게 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오차 범위 등이 다르니까. 제 욕심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큰 기물들을 만들면서 나중에는 제 손으로 직접 쉴 수 있고, 살 수 있는 지붕 있는 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