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도예에 담는 이인선 작가
Q1. 자기소개
A.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도자기 공예 작가 이인선이라고 합니다.
Q2.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
A. 고등학교 때 동양화를 전공했어요. 졸업한 후 지인이 도자기에 동양화를 그려보는 게 어떠하냐고 제안을 해서 지인 소개로 이천에 갔습니다. 이천에 간 다음 날 새벽에 눈이 떠졌어요. 도예를 배우는 첫 날이라 궁금한 것도 많고 설레기도 해서 일어나자마자 작업장을 가게 됐는데요. 가마 문을 여는데 아침에 청자들의 ‘크랙(자기에 금이 가는 것)’소리가 들렸어요. 그 크랙 가는 소리가 당시의 제게는 세상 그 어떤 악기의 선율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아, 나는 도자기 공예를 해야겠구나. 내가 저 도공들 중 하나가 되어야겠구나.’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작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Q3. 작풍
A. 원래 전통적인 작품 위주로 작업했는데, 요즘은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조금씩 가미하면서 시대에 발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 노력을 ‘미드나잇블랙 주잔’같은 작품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예를 할 때 전통방식은 상감과 유약, 흙으로 이루어지는데 저는 전공을 살려 상감기법을 쓸 때 동양화법을 이용해서 작업합니다. 전통에 현대적인 방식을 여러 방면으로 곁들이는 것, 이것이 저만의 작풍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4. 영감
A. 제가 주로 영감을 얻는 곳은 ‘자연’입니다. 낚시를 좋아해서 혼자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한적함 속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새소리 혹은 물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소리들을 들으면 한 번씩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고요. 동해안으로 새벽에 바다낚시를 가면 일출을 볼 수 있어요. 해가 떠오를 때의 햇빛이 만들어내는 색감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런 색감을 작품에 표현해보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같은 바위라고 해도 낮과 새벽 혹은 일출이나 일몰 때 보는 색감이 다 다르잖아요. 저는 그런 변화 속 포착되는 자연의 형상들에서 제가 추구해왔던, 하지만 새로운 뭔가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주로 도예에 접목시키는 것 같아요.
Q5.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A. 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내가 좋더라도 나만 좋으면 안 되거든요.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걸 상대방도 동일하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남한테 줄 수 없어요. 내가 좋지 않은데 남한테 주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어떤 제품이든 제 성에 차야 비로소 줄 수 있습니다. 제 맘에 안 들면 다른 사람이 그냥 주라고 해도 저는 못 줘요. 그냥 깨버립니다.
Q6. 앞으로의 방향성
A. 제가 소개하면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했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과정이자 앞으로의 방향성은 전통의 멋에 현대적인 실용성을 더하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게 제품들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도 그리고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이나 구매하는 분들에게도 부끄럼 없는, 정직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그런 작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